‘조마구’라는 제목이 생소하고 참 독특합니다.
앞표지를 앞에 두고 “조마구가 뭘까?”물으니 “조마조마한 구(그) 녀석?”
“조도 먹고 마늘도먹는 그 녀석?”하며 조잘조잘 말이 많습니다.
조마구는 ‘조막만한 괴물’이에요.
오누이가 나무를 하러 산에 가고, 어머니가 밥을 해놓고 오누이를 기다리고 있을 때 조마구가 찾아옵니다. 조마구가 가마솥의 밥을 푹푹 퍼먹자, 어머니가 부지깽이로 때렸지요. 그러자 조막만하던 조마구가 어머니 허리만큼 커지는 거예요. 맞으면 맞을수록 커지는 조마구는 결국 어머니를 죽여 나무에 걸어 놓고 사라졌어요.
산에서 돌아와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오누이는 바늘, 갈퀴와 함께 조마구를 잡으러 길을 떠납니다.
조마구의 집은 온갖 보물과 양식이 가득해서 오누이는 꿈을 꾸는 것만 같습니다. 조마구의 인기척에 오누이는 재빨리 부엌 선반 위에 숨었어요.
조마구는 먹는 것에 관심이 아주 많은 괴물인가 봅니다. 무얼 해먹을까 늘 고민하고, 부엌 선반에는 올게심니한 곡식이 보이네요. 조마구가 밥을 하고, 떡을 하고, 죽을 하는데 그때마다 오누이는 주걱과 칼, 국자를 숨겨 조마구가 그것들을 찾는 사이 맛있게 먹어 치웁니다. 그리고 조마구가 배고픔에 지쳐있을 때 바늘의 도움을 받아 조마구를 물리치지요.
[조마구]는 글이 참 재미있습니다.
밥을 해서 냠냠할까, 떡을 해서 짭짭할까, 죽을 해서 호로록할까 등의 맛깔 나는 표현이 반복되고 수숫대들이 수수숙 수수숙 비켜주는 표현들이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국자를 찾으며 “엉덩이가 쏙 들어가게 패 줄 테다‘하는 조마구의 말에 깔깔깔 웃음이 터집니다.
조마구를 보며 아이들은 금세 ‘꽁지 닷 발 주둥이 닷 발 되는 새’ 이야기를 떠올렸어요. 오누이 설정과 괴물을 물리치는 과정이 흡사합니다. 이야기가 비슷한데도 아이들이 흥미롭게 보는 건 ‘조마구’라는 독특한 괴물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조막만해서 만만하게 보였는데 맞으면 맞을수록 커진다니 재미있습니다. 어린시절 엄마한테 부지깽이로 맞아본 적이 있는 저로서는 이왕 맞은거 조마구처럼 키나 자랐으면 어땠을까 엉뚱한 생각도 들었고요.ㅎㅎ
또한 위험을 무릅쓴 오누이의 모험은 아이들이 통쾌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를 죽인 무서운 괴물이지만, 선반 위에서 조마구를 내려다보는 모습은 겁먹은 표정은커녕 여유로워 보이고 “밥을 해서 냠냠하지.”등의 속삼임은 조마루를 호령하는 듯 하지요.
오누이는 용기와 기개로 조마구를 물리치고, 조마구의 보물들로 행복하게 살게 됩니다.
마지막 장면의 오누이가 손을 맞잡은 모습은 오누이 앞에 어떠한 일이 닥쳐도 끄떡없을 것 같습니다.
...
고무판화로 조마구를 그려 보았어요.
열 살 어진이도 처음 해보는 거라 조각칼 사용법을 잘 일러주고,
일곱 살 서진에게는 우드락판화를 하자고 했는데 둘째도 고무판화를 하겠다고 합니다.
조각칼로 새긴다기보다 긁어 내고 찍어낸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막무가내였지만
힘들다면서도 진득하게 앉아서 마무리를 지었답니다.
어진이의 조마구 / 서진이의 조마구 / 서진이의 바늘과 갈퀴
서진이가 조각칼을 사용하는 모습이 위태로워 몇번이나 말렸지만
끝내 해내는 모습은 오누이만큼이나 용감무쌍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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