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요 예쁜 녀석..
그 이름은 쟈스민.
작년 5월의 어느 토요일 낮,
같이 사는 이씨 일당들 때문에 열이 받아 좀 식히려고 집을 나섰다.
머리라도 볶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미용실에 가는 길에 내 발길을 먼저 붙들었던 것이 초록이들이었다.
길에서 팔던 초록이들이었다.
한참을 이리보고 저리보고 난 후에 주문한 건
"안죽는 놈~!"이었고
아저씨가 추천해주신 것이 쟈스민과 다육이 두 개였다.
죽일래야 죽일수 없다고....^^;;;
이미 활짝 핀 보라꽃과 봉오리들이 달려있는 화분을 들고 집으로 들어왔더니
엄마의 심경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는 어진이는 환호했고
나는 기분이 조금 말끔해졌다.
쟈스민은 물을 많이 먹는데 물이 부족하면 잎이 뒤로 젖혀졌다.
그래서 맘에 들었다.
창을 열어두면 바람을 타고 향이 거실까지 날아들곤 했다.
....
지난 달 어진아빠가 베란다 청소를 할 때
화분 두개를 정리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지난 여름에 심은 방울토마토를 실패했는데 아직 흙이 담긴 채였다.
토마토화분을 챙기며 어진아빠가 "이것도 치울까?"물었던 게 바로 가지만 앙상한 쟈스민.
"잎이 다시 나지 않을까? 생각난 김에 물 좀 줘."했는데...
어느 날 보니 정말 이렇게 초록잎들을 틔웠다.
무관심과 추위속에 생명을 잇고 있었다니...
고맙고 미안해라..
지난 번 마트에 갔을때 "봄이 오니까 예쁜 화분 사고 싶다~"라는 말에
되돌아온 어진아빠 말은 "콩나물이나 키워."였다.
나름 굴욕적인 발언을 인정할 수 박에 없었는데
4계절을 무사히? 함께 살아준 쟈스민을 보니
죽일래야 죽일 수 없는 녀석을 하나쯤은 더 들여도 되지 않을까 싶다..ㅎㅎ
....
나는 지금 깊은 슬픔에 빠져있다.
꽃비 날리는 길을 생기넘치는 아이들과 길을 걸으며 나는 어지러웠고
아이들 몰래 울었다.
내일쯤 나의 슬픔의 실체는 더욱 구체적이고 무섭게 다가올 것 같다.
다리에 힘을 주고 나는 버티어야만 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서
이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일상이 깨지지 않도록 입술을 악물어야 한다.
쟈스민 꽃을 재촉하고 싶다.
보라꽃들은 희망을 얘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