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리고 나

잡념


세 시가 다 되어가는데 나는 커피를 타고 말았다.

...
이미 늦은 시간,
마실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주전자 가득 물을 채워 불에 올리고
잠들면 안된다~눈을 치켜 떴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말똥해졌다.
그러니까 내가 잠들 수 없는 건
정수기가 없기 때문이다.ㅋㅋ

끓은 물에 식수용으로 쓰고 있는 찻잎을 띄우려다
커피물을 먼저 덜어냈다.
따뜻하다.

...
어제 아침, 
아빠가 입원하신 병원에 가기 전에 어진에게 방학숙제 활동지를 건네주었다.
잠깐이면 될 거라 생각했던 활동지를 앞에 두고
멍자세를 잡은 어진이때문에 나는 어이없어 했고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없는 내 화에 어진이는 눈물을 보였다.

입원호수를 알기 위해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을 땐
어떤말이 오가는 중에  "알았어요, 알았다니까~~"라며
말끝에 짜증을 잔뜩 묻히고야 말았다.

병원에 가서는 엄마를 보며 "조심하겠습니다~!" 능구렁이처럼 넘어갔지만
딸로서 또는 엄마로서...대체 내가 한 짓이 뭔가 싶어졌던 날...

아빠가 점심식사를 다 하신 걸 본 후에
엄마와 어진이와 병원근처 해장국집에 갔다.
소박한 밥상, 음식의 뜨거운 김에 엄마 얼굴의 피곤함이 더욱 짙어졌다.
어진이의 앞접시에 밥을 덜어 주는데,.."
엄마는 엄마 그릇의 밥을 움푹 덜어내시는 통에 잠시 실갱이가 있기도 했다.

"밥 잘먹었다."하시며 들어가시는 엄마의 뒷모습을 지켜볼 여유가 없었다.
서진이 하원시간에 맞춰 가려면 저만치서 오고 있는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에......

아빠는 지금쯤 잘 주무시고 계실까?
아빠가 힘들어하시는 약을 저녁부터 맞으신다고 했는데...
집에 돌아와서는
마음은 내내 그 곳으로 가면서도
전화한 통 하지 못했다.

시야가 흐려질만큼 비가 쏟아지다가도
또 어느새 얼굴내밀고 있는 해는
그럭저럭 빨래를 말려주고 있다.

내 마음 같다.

'그리고 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곶감 만들기  (2) 2011.10.19
멋지다  (2) 2011.08.23
연필꽂이  (2) 2011.06.15
청춘  (1) 2011.06.09
소통  (2) 2011.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