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가는 유모차안에서 서진이가 모처럼만에 자주는 바람에
어진이 동화수업 들여보낸 후 여유롭게 커피도 마시고 책을 둘러보고 있자니
이게 왠 호사인가 싶었다.
빼곡한 책들 사이에서 눈에 들어온 책등의 '친밀감', 그리고 노랑은
우울했던 내게 당연한 끌림이었을까..
그런데 책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슬픈 밤이다.
나는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으려 한다.
대출절차를 거친 후 어진이를 기다리며 넘긴 몇장의 페이지 속에서,
나는 며칠간의 지독한 우울감을 떨쳐버릴만한 글귀를 만났다.
아이들 특유의 생기넘치는 혼란스러움.
특별할 것도 없는 이 짧은 글이...
몸이 아팠었다.
앉아있기가 힘들어 아이 둘을 두고 오랜 잠을 잤다.
유치원담임선생님의 전화 통화에선 이해할 수 없는 어진이의 행동에 대해 들었고,
아이들은 여전히 어지럽게 놀고 있었다.
신경질적인 소리를 질러댄 후에 그 소리의 메아리로 나는 울었었다.
오늘, 모처럼 서진이의 낮잠으로 얻은 여유로움 가운데 만난 '생기넘치는 혼란스러움'에
거짓말처럼 퍼석거리던 내 속이 말끔해졌다.
더이상 바닥을 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부족해도 가진것만으로 행복하고 싶은 내 마음이
핑계거리가 필요했나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갈 때는 몰랐었던 노란 산수유가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처음 만난 봄꽃이다.
"우와~! 어진아. 산수유 피었다."하니
"그건 먹는거잖아."하는 어진이.
산수유를 '탕수육'으로 들었단다.
덜렁이껄렁이답다.
지나는 차소리에 묻힐테니, 맘껏 크게 웃었다.
아직은 찬 바람 사이로 웃음소리는 금세 흩어졌다.
늘 한결같은 아이들,
한번씩 버겁게 느껴져 흔들거리게 됨은 오로지 나의 문제였다.
오랜만에 두 아이를 마음으로 기꺼이 안아 재우고 나니 마음이 좋다.
양치하다 옷에 달라붙어있던 밥풀떼기를 떼어내는 손길에도 웃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