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글 / 김세현 그림 / 낮은산
산불이 났습니다.
들짐승, 날짐승 할 것 없이 모두 달아다니 바쁜데, 엄마 까투리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갓 태어난 아홉마리의 꿩병아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엄마 까투리는 꿩병아리들을 날개아래 품 속으로 불러들입니다.
그리고 온 몸이 재투성이가 될때까지 아기들을 품어줍니다.
타 죽은 엄마 품 속에서 꿩 병아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불 탄 산자락을 몰려다니며 무언가 부지런히 쪼아 먹고는
다시 죽은 엄마 날개 밑으로 들어갑니다.
시간이 흘러 꿩 병아리들은 날개가 커다랗게 자랐고,
엄마 까투리는 남아있던 앙상한 뼈대마저 부서져 버렸습니다.
그래도 꿩 병아리들은 밤이면 엄마 냄새가 남은 엄마곁에서 잠이 듭니다.
그렇게 엄마까투리는 온 몸이 바스라져 주저앉을 때까지 새끼들을 지켜 주고 있었습니다.
권정생 선생님 유작이라지요?
언젠가 티비채널을 돌리다 권정생 선생님 다큐를 보게 되었는데 아쉽게도 프로그램 말미쯤이었습니다. 평생 그리워하셨다는 하늘나라 어머니 품으로 가실 때가지
육체적 고통과 고독으로 나약해지신 그 분의 모습에 마음아리던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의 사랑이 어떻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충분하다고 봅니다>
엄마까투리 원고와 함께 이런 메모가 있었다고 합니다.
정말로 많은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는데,
이 책이 완성되기도 전에 돌아가셨다니 그 또한 안타깝습니다.
서진이는 왜 아기들이 엄마 위에 있느냐 묻습니다.
서진에게는 그냥 엄마가 어부바 한 것이라고 얘기해주었습니다.
과자로 꾸민 엄마 까투리.
어진이의 의상이 이상하지요?
유치원에서 4월부터 특별활동을 했는데 어진이는 별관심없어 하더니
친구들이 발레복 입은 모습이 부러웠던지 자기도 하고 싶다고 해서 하기로 했어요.
발레복 처음 받아온 날이었답니다.^^
잘하든 못하든 뭐든지 달려드는 서진이인데
먹는데만 열중합니다.
어진이가 꾸민 첫번째 그림은 불 탄 산자락에 다시 돋아난 새싹들이고,
두번째는 서진에게 주는 선물이에요.
서진이도 이제 배가 두둑해졌는지
새싹을 꾸미겠다고 합니다.
스크래치 종이에 그림을 그려보았어요.
...
"어진아~새들은 불이 나면 어떻게 할까?"
"날아가겠지~"
"그런데 엄마 까투리는 왜 안날라갔지?"
"애기들이 있으니까.."
"꿩병아리들은 왜 엄마가 죽었는데도 떠나지 않지?"
"엄마가 좋으니까.."
더이상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어요.
어진이도 알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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