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진 지음. 아주좋은날
나는 친절한 엄마였다. (늘 상냥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뜨거운 고구마를 먹을 땐 숟가락으로 떠 우유에 담가 먹이고, 과일도 늘 한입크기로 잘라주었다. 큰아이 작년 초등2학년때까지 늘 연필을 깎아 필통을 챙겨주었고, 알림장 준비물을 꼼꼼히 챙겨주곤 했다. 어떤 동화책이 재밌나 열심히 검색하고, 내가 먼저 읽어보며 아이에게 권해주기를 즐겼다. 아이는 엄마가 골라주는 책이 재밌다한다.(심혈을 기울였으니까!)
그런데 도서관에 간 날 “네가 책 아무거나 골라 읽어” 했는데 아이는 방황했다.
빽빽한 책 숲에서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난감해하며 선택을 기피했다.
아이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필통과 가방 챙기기, 그리고 문구점에 가서 준비물 구입 등은 스스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가 3학년이 되자마자 가방, 필통, 준비물 챙기기를 아이에게 전적으로 맡겼다.(물론 살짝 최종점검을 하긴 한다). 아이는 “엄마가 다 챙겨주던 2학년때가 그리워.”농담처럼 말하지만, 스스로 잘 하는 아이를 보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가 스스로 해야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이었는데 나는 필요이상으로 ‘친절한 엄마’를 자처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알게 된 [시키는 것만 하는 아이들]. 제목을 보고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부모들은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를 좋아한다.
순하기만 한 옆집 아이를 칭찬하며 "이런 아이라면 열도 키우겠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그 이면을 봐야 한단다. 지극히 순종적인 것은 무기력의 결과일 수도 있어 반항만큼 위험하다고 한다. "뭔가를 하고 혼나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자"라고 생각한다니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몇해전 독서코칭 강의에서 스스로 수강신청을 하지 못해 엄마와 상의를 한다는 한 대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설마 싶었는데, 이 책에서도 같은 사례를 읽고 보니 과장된 이야기는 아닌가보다. 몸은 어른인데 내재된 어린 아이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 어린시절의 그들의 부모의 모습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자율성.
자기 스스로 원칙에 따라 어떤 일을 하거나 자기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여 절제하는 성질이나 특성.
아이에게 자율성의 보장이 얼마나 중요한건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얼마만큼 참아주고 기다려 줄 수 있을까? '믿음과 기다림'이라는 일관성 있는 양육태도가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경쟁에 관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n효과. 경쟁자가 많을수록 성적은 떨어지고 속도는 늦어진다. 경쟁심이 많은 아이일수록 n효과가 크다.
핀란드교육을 티비에서 본 적이 있다. 경쟁이 아닌 협동위주의 교육. 잘하는 아이보다 못하는 아이에게 더 관심을 가져 1.5배의 예산을 쏟는다. 그들에게 차별이란 차이를 넓히는 게 아닌 그 차이를 좁히는 도구라는 것이다. 학생 간 학업성취도 편차가 가장 낮은 나라라는 것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국제학업성취도 평가는 늘 상위순위...
핀란드가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철저한 경쟁위주의 대한민국 학교를 어쩌리..낙담했던 기억도 난다. 그런데 그 해답도 이 책에 나온다.
자율성.
아이들은 계속 성장한다.
언제까지나 품안의 자식이 되지 않도록 부모와 아이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아이들은 스스로 계획, 결정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부모는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야겠다.
목록만 뽑아 메모해 놓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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