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이 되어 어린이집에 가는 첫 날, 당찬이는 제일 큰 형이 된 자부심이 대단해보입니다.
마음만은 슈퍼맨,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지요.
온갖 폼은 다 잡았는데 마음처럼 되는 건 하나도 없고,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막 초등학생이 된 혁준이가 "꼬맹아~"라고 부르는 장면에서 어찌 웃음이 나지 않겠어요.
책을 보는 내내 우리집 일곱 살 아이 얼굴과 겹쳐졌어요.
3월 첫 등원 날, 갓 입학한 이웃집 다섯 살 동생과 같이 유치원 버스를 기다릴 때 그 아이 엄마가 말했어요.
"서진이 형님, 앞으로 동생 좀 잘 부탁해."
이후로 서진이의 고민이 시작되었어요.
"엄마~ 잘 부탁한다는 게 뭐야? 뭘 어떻게 해야 돼?"
그리고 며칠 후 다시 하는 말이
"엄마~ 버스에서 그 동생 옆에 안 앉고 싶어. 안전밸트 매주는게 힘들어."였답니다.
어쩌면 일곱 살 아이가 처음으로 느낀 책임감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당찬이를 보는 내내 웃음이 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평행봉에서 용기를 내어 혼자 뛰어내린 모습을 보며 박수를 쳐주고 싶었어요. 일곱 살이면 집에서 한창 어리광 부릴나이인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최고형다운 모습을 보이려 애쓰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합니다. (저희집 아이만 해도 집과 유치원에서 각각 이중적인 생활을 하는 듯 합니다.ㅎ)
어쩜 이렇게 일곱 살 심리를 잘 묘사했을까 감탄했는데 작가님이 어린이집 교사경험이 있으시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이야기에 깊은 공감이 가며 재미있고, 당친이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내가 제일 큰 형이야!]는 난 책읽기가 좋아 1단계로, 읽기독립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좋아요.
글씨는 큼지막하고 50페이지 정도의 분량에 삽화가 많아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게임을 많이 하지 않아요.
친구들과 사이좋게 놀아요.
약속을 잘 지켜요.
음..요것만이라도 잘 지켜주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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