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입니다.]
우편으로 날아온 자궁경부암검사 결과 회신지에는 이렇게 다섯글자만 있었다.
검사받은지 꼭 일주일만이다.
그로부터 며칠 전 검진대상이 되었다는 건강관리협회 전화를 받고는
나라에서 건강걱정해주는 나이가 되었나 하고 생각했다.
검진 날 서류에 인적사항을 적고 문답지 체크를 하는데
자원봉사를 하는 듯한 사람이 와서 도와주겠단다.
봉사자는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나는 대답을 하고...
최근에 아파서 치료 받아본 적 있나요?
-아니요
건강검진 받아본 적 있나요?
-아니요
부모형제 중에 암환자가 있나요?
-아니요
-아! 있어요. 아빠요..
살면서 절망을 만날때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반평생(아마도)을 살면서 크게 풍족 또는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나는 처음으로 절망스러웠고 두려웠다.
인터넷 즐겨찾기에 등록했던 환우회 사이트를 볼 때마다 나는 한동안 왈칵 울음을 쏟아야만 했었다.
어느덧 작년 봄의 일이다.
그리고 생각난(실은 일상에서 자꾸 생각나는) 또 한 사람.
부추꽃이 얼마나 환한지 알려준 사람,
너무 좋은 사람이어서 몸짓말짓을 따라해보고 싶었던 사람,
낙엽을 쓰는 이에게 "왜 쓸어요. 아깝게.."했던 사람,
오래된 기억 속 그 분 때문에 나는 지난 가을
쟈스민이 겨울을 준비하려 나뭇잎을 떨구어 버려도
베란다 바닥 그것들을 치우지 못하고 물끄러미 바라만보기만 했었다.
아프지 마시기를,
지금도 강인하게 이겨내고 계시기를,
그리고 행복하시기를....
무미건조한 서류 한 장 앞에 두고
옛생각과 잡념 끝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