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공포가 전국을 휩쓸었던 적이 있었다.
임시휴업을 하는 유치원이 늘기도 했던 그 때, 지독하게 추웠던 어느날 아침
하루 쉬게 해줄까?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습관처럼 옷을 입히고 밥을 먹이고
어진이를 유치원버스에 태워 보낸 후
집 현관을 들어서며 나는 울었다.
따뜻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싶을텐데, 저녁밥을 먹고 아이들과 놀다가
다시 일을 하러 회사로 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던 추운겨울밤에도 그랬다.
오늘,
고층인 우리집 창문 흔들리는 소리가 참 유난스럽다.
서진이 등원 준비는 잠시 미루고
베란다에 서서 어진이와 남편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내려다 보았다.
며칠전까지 멀쩡하던 어진이 우산은 왜 한쪽이 찌그러져 있는지,
말안듣는 어진아빠 왜 슬리퍼를 신고 가는지....
젖었을 양말을 생각하니 마음이 그렇다.
거센 바람과 맞서며 아파트를 빠져나가고 있는 알록달록 우산들을 보며
왠지 울고 싶었던 오늘 아침,
엄마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불 속을 뒹굴거리며 바람소리를 듣던 서진이의 말이 해맑다.
엄마, 봄바람 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