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을 가득 채운 물이 바다로 가고 싶어 오래 머물지 않았다는 이야기,
배 속 빨깐 버튼을 찾아 눌렀더니 귓속에서 빨간 불꽃이 튀어 나왔고,
축구를 하다 공을 차올려 비구름을 맞췄더니 비가 내렸고,
전쟁 중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렸더니 고향집 흔들 의자에 앉아 있더라는 이야기 등 등.
여든 살이 지나고부터 얼굴이 창백해진 할아버지, 그래도 여전히 뺨은 붉어요.
사람들은 할아버지가 작년에 돌아가셨다고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할아버지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어느새 아이의 뺨도 붉어졌어요.
어진이 여름방학 숙제는 <효나무>만들기였어요.
나무모양을 만들어 효를 실천한 항목의 열매를 붙이고
(할아버지할머니께 안부전화드리기, 안마해드리기, 편지 쓰기 등)
효, 가족사랑과 관련된 책을 읽어 책제목의 나뭇잎을 붙여 만드는거였지요.
도서관에서 우연히 눈에 띈 <할아버지의 붉은 뺨>은 어진이도 좋아했지만,
저도 혼자서 일부러 꺼내 읽게 될만큼 재미있기도 하고,
마지막 할아버지의 빈 의자 그림에서는 친정아버지 생각도 나고 그랬어요.
공을 차서 비구름을 맞추니 비가 내렸다는 부분을 읽어주며 진짜일까 물었더니
어진이는 "그럼~그러니까 구름이 아파서 눈물이 난거지. 그래서 비가 내린거야."말하는데,
어찌나 진지하던지요. 뺨이 붉은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쏙 빠진 모습이었어요.ㅎㅎ
외할아버지의 칠순을 맞아 방학 중 외가에 간 어진이,
어진이의 축하카드에 할아버지는 "글자도 잘 생기고 편지도 제대로다"하며 좋아하셨어요.
할아버지 그림을 그려보자고 제안한 후 어떤 그림을 참고하면 좋을까 잠시 책장을 뒤적이는데, 어진이는 "나 할아버지 그릴 줄 알아."하더니 연필을 시원스레 슥슥~색칠까지 순식간에 해주었어요.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에, 경쾌한 체크무늬 옷.
얼굴의 주름만 아니면 개구쟁이 아이같은 그림이에요. ^^
.....
푸념 하나.
그 동안 책놀이 사진을 휴대전화로 찍어 편집을 했었는데
휴대전화 usb연결고리를 잃어버려 휴가사진부터 그 이후 책놀이 모두 디카에 담았어요.
그런데 이 디카마저 이래저래 이차저차하여 컴으로 사진전송이 안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효나무 사진도, 어진이의 편지도 없고
그나마 오늘 책놀이에 올린 그림 하나는 휴대전화로 찍어 이메일로 보낸 후 편집했다지요.-,.-
당분간 이런 방법을 써야 할 듯 한데,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아주 난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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