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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책이야기

박완서 그림동화 엄마아빠 기다리신다 - 우리도 산책가자


박완서 글. 신슬기 그림. 어린이작가정신


삶에 대한 시선이 따뜻했던 박완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남기셨을까 궁금했다.

 

두나와 아빠와의 아침 산책 이야기.

 

두나의 이야기를 읽자마자 나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하지만 기억이 너무나 선명한 아침 산책 풍경이 떠올랐다.

아기였던 어진은 왜 이렇게 아침잠이 없었는지, 

늘 일찍 깨어 부산스레 놀거나 나를 깨우곤 했다. 

이제는 초등학생이 되고 2년 내내 아침마다 깨우는 게 ‘일’이 되어버렸는데 말이다. 

그 날도 어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힘겹게 일어나 모처럼 맘먹고 산책길로 나선 것이 일곱시가 채 되기 전이었을 거다.

네 살때의 봄이었다고 정확히 기억할 수 있는 건 공원을 뒤엎듯 피어 있던 꽃 때문이다.


“엄마, 이 꽃 이름이 뭐야?”

“글쎄? 엄마도 잘 모르겠네.”

“그럼 엄마가 아는게 뭐야?”

나를 웃게 했던 아이의 말또한 또렷하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알았다.

곱고 화려한 꽃빛에 비하면 다소 소박한 이름 ‘명자’

 

이렇게 ‘엄마아빠 기다리신다’는 오래전 기억을 다시 선물해주었다.

 

두나의 산책길 풍경..

두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마을 할아버지, 길에 떨어진 유리조각을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는 아버지는

어쩌면 우리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분들이지만 

그 소중한 가치를 잊곤 하는데 그걸 일깨워 주어 고마웠다.

또한 달개비꽃, 강이지풀, 커다란 벌레를 끌고 가는 개미군대.. 

두나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을 그것들을 상상하니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개미는 벌레보다 작은데 어떻게 끌고 갈까 궁금해진 두나는 개미 힘이 얼마나 센지 시험해보고 싶어 

발로 개미들을 밟고 부볐다.  

이 모습을 보며 서진이는 “두나 나쁘다. 그치?”묻는다. 

서진이도 네다섯살땐 그래서 몇 번 주의를 준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조금 더 자란건지,

아니면 타인의 모습이 거울이 되어주기 때문인가 싶기도 했다.


개미를 죽이는 두나를 본 마을 할아버지는 죄없는 미물을 함부로 죽이면 안된다고, 

그것들도 집에서 기다리는 식구가 있다고 말씀하신다. 

그제서야 두나는 개미가 불쌍해지고, 

어느새 아빠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온 저를 찾아 헤매실 아빠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두나를 찾은 아빠는 두나의 손을 잡고 집을 향하며 말씀하신다. 


“어서 가자. 엄마 기다리시겠다.”

 

두나에게 마을 공원은 온세계였으리라.

두나는 세상이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느끼고, 가족의 사랑 또한 가슴 깊이 새겨졌을 것이다. 

자연은 우리가 계획하지 않아도, 의도하지 않아도 

우리의 마음을 정돈시켜주고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줌을 믿는다.

 

다가올 봄, 그 언젠가처럼 이른 아침 산책길에 나서고 싶다.

아! 두나아빠처럼 남편이 내게 늦은 아침잠을 선물하고 아이들과 나가주어도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