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희 지음 / 느림보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름휴가 떠나는 날, 문제가 생겼어요.
고릴라의상실, 별문방구, 서울병원, 현안약국, 왕출판사...
건물들이 길을 막고 서서 자기들이 휴가를 떠나겠대요.
경복궁은 600살이 넘도록 바다구경도 못했다고 소리치고, 63빌딩은 한 번도 앉아본적도 없다고 불만이에요.
우리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버텼지만, 주유소가 기름을 넣어주지 않겠다고 해서
우리는 휴가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지요.
건물들은 모두 휴가를 떠나고, 햇빛 쨍쨍 무더운 여름날 세상에는 우리들만 남았어요.
어? 뻥뚫린 세상에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요.
회사가 휴가를 가니 엄마아빠는 신나게 놀고, 학원도 휴가를 가니 우리들도 야호!
세상은 신나는 놀이터가 되었어요.
건물들이 돌아온 날 꽃향기와 풀냄새도 같이 왔어요.
오랜만에 집으로 들어가니 꽃향기기 베어있고, 수도꼭지에서는 물고기들이 놀던 계곡물이 콸콸!
우리는 건물들과 번갈아가며 휴가를 떠나자고 약속했지요.
일 년이 지난 여름, 드디어 우리들 차례!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어요.
이번엔 자동차들이 휴가를 떠난대요!
여름이 즐거운 건 여름방학과 휴가가 있어서일거에요.
그런데 휴가를 기다리는건 사람들뿐만이 아니었어요.
어진서진이와 함께 저도 즐거운 상상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우리들의 지난 휴가 이야기도 함께 나누면서요.
만약 지금 건물들이 휴가를 떠난다면 어디로 가고 싶어할까? 물으니
어진이가 "산!"하고 대답합니다.
건물들이 가을산으로 휴가를 떠난 모습을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나뭇잎 주우러 곧바로 공원으로 갔지요.
봉지를 하나씩 주고 가을잎들을 모아보자고 했어요.
서진이는 "엄마~ 여기 예쁜거 있어!" "누나 이리와바!"소리치며 시종일관 뛰어다니기 바빴어요.
"이거 엄마 선물로 줄게"하며 건넨 건 빨간물이 든 토끼풀이었어요.
은행잎이 참 고왔습니다.
나뭇잎 주워 돌아오는 길, 아파트 담벼락 페인트자국을 보고 서진이가 "엄마, 건물에 피나!"했어요.
"그래? 그럼 어떡하지?" 물으니
"호해주고 밴드 붙여주자."합니다.
서진이는 그렇게 말하고 벌써 저 앞을 뛰어가고 있고, 어진이가 한번 쓰다듬어주더군요.
매일 지나치는 곳인데 '건물들이 휴가를 갔어요'를 읽은 직후라 그런지
오늘 눈에 띄었나봅니다.
건물들을 그렸어요.
어진이는 애너지 미술관, 태산아파트, 롯데마트, 치과, 사랑가득 유치원을 그렸고
제일 마지막 그림이 서진이건데 초콜릿 가게래요.
건물그림 아래 접어놓은 부분에 풀을 붙여 세우고, 나무기둥을 세우고
예쁜 잎들을 골라 붙이기로 했어요.
서진이 작품.
처음에 건물그림 그릴 때 초콜릿가게 하나만 하겠다더니
누나것을 보더니 급하게 건물 두 채를 더 올렸어요.
앞에 파란색 그림은 우리집인데 창문으로 "우리아빠 언제오나" 기다리는 모습이고
분홍,연두색 들어간 그림은 괴물집이래요.
어진이는 나뭇잎도 공들여 붙이고 남은 낙엽들도 바닥에 뿌려주었어요.
어진이의 건물들은 가을을 제대로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집에 있는 물건들 중 어떤 것이 휴가를 떠나면 좋을까 물었어요.
어진이는 "장난감"합니다.
이유는 "장난감 치우기 싫어서.."래요..^^
그리고 서진이는 "돈"이라네요.
큰일날 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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