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베 얀손 지음. 어린이작가정신
“저요!!”
책을 한번 읽어내려간 후에 “누가 토플을 달래줄까요?”라는 물음에 손을 들고 싶어졌다.
책의 문장을 빌려서라도 토플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토플~ 누구나 밤에는 아주 많은 것이 낮보다 더 무섭게 느껴진단다.”
“토플~ 작은 생명들이 무척 행복해하며 너의 집을 가득 채우고 있구나.”
“토플~ 피하기만 하면 친구는 생기지 않아.”
“토플~ 갈 길이 아주 멀 때는 노래 한 곡이 여행 가방보다 더 힘이 된단다.”
“토플~ 네가 있다는 것을 저들이 알 수 있게 모두가 노는 곳으로 가 ‘안녕’하고 인사하렴”
“토플~ 크고 흰 조가비가 있어도 보여줄 누군가가 없다면 아무 소용없어.”
토플은 겁많고 수줍음 많은 작은 아이이다. 곁에 아무도 없는 토플은 어둠으로만 가득차있는 집을 떠나 세상과 사람을 만난다. 길을 지나치는 이웃들, 파티를 즐기고 있는 이들, 혼자 여행중인 스너프킨을 만나지만 말을 건넬 용기가 없다. 부드러운 모래밭과 예쁜 조약도로가 크고 흰 조가비가 있는 바다를 보고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아름다움을 함께 이야기할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에 이내 슬퍼진다.
외로운 그 밤에 토플에게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편지가 담긴 병이 물길에 밀려 와 토플에게 닿았다. 위로가 필요한 작고 약한 미플의 편지였다. 난생처음 편지를 받은 토플은 마법에 걸린 듯 강하고 용감하고 즐거워졌다. 여행가방을 타고 물을 건너며 만나는 이들에게도 처음으로 인사를 건넨다. 세상을 향한 토플의 첫 소통이 아니었을까?
토플은 너무 무서워 때로는 구덩이 속에 숨기도 했지만 나보더 더 무서워할 미플을 생각하며 다시 용기를 낸다. 그리고 마침내 무시무시한 그로크의 꼬리를 깨물어 물리친 후 드디어 토플과 미플이 만난다. 어떻게 용기내어 만난 미플인데 수줍어 편지로 대신하겠다며 사라지는 토플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그 편지를 대신 써달라는 작가가 준 미션도...) 그리고 다시 재회한 토플과 미플은 서로 위로해주고 달래주며 오래오래 함께 한다.
토베 얀손을 처음 알게 된건 무민시리즈 중 ‘무민과 마법의 색깔’이라는 그림책이었는데, 바다색이 표본을 만들고 싶다는 말에 감탄했었다. 맑은날바다색, 비오는날바다색, 아침노을바다색..어쩜 이런 생각이 가능했을까. 프로필을 읽어보니 역시나 자연과 함께 한 유년시절의 영향을 받아 섬과 바다를 주요 소재로 삼았다고 한다. 무민시리즈는 연령이 유치원대상으로 되어 있지만 더 큰아이들과 읽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누가 토플을 달래 줄까요?’ 역시 권장대상인 초등저학년은 물론 어른들도 함께 읽으면 좋은 동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크건 작건 마음속에 두려움을 품고 산다. 토베 얀손 탄생 100주년에 만난 그림책 ‘누가 토플을 달래줄까요?’와 토플의 용기있는 모습이 선물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나 > 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루빈스타인은 참 예뻐요 - 눈이 아닌 마음으로 읽어야 할 그림책 (0) | 2014.05.03 |
---|---|
게와 원숭이와 냠냠 시루떡 - 왜요?라고 묻는 아이들을 위한 유쾌한 옛이야기 (0) | 2014.05.03 |
마법의시간여행 - 나이팅게일의 이집트여행 (0) | 2014.04.10 |
화내기 싫어 (0) | 2014.04.10 |
손가락 문어 - 아이의 따뜻한 성장 이야기 (0) | 2014.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