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택 글/ 장경혜 그림 / 비룡소
선이 굵고 인물묘사가 독특한 앞표지 그림이 눈에 익어 보니
역시 장경혜님의 그림이었습니다.
최근에 '둥근해가 떴습니다(장경혜지음)을 인상깊게 읽었던터였지요.
그림을 먼저 쭈욱 훑어보니 전통적이고 해학적인 글에
그림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가 된 게으름뱅이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어서
어떻게 구성되었을까가 궁금했어요.
전래동화는 특히 듣는 사람은 물론 들려주는 사람도 즐거워야 하는데
이 책은 직접 말하는 듯한 문체여서,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도 흥이 납니다.
게으름뱅이 일과를 설명하는 첫 장부터
밥 먹고 똥싸기, 방안에서 뒹굴기, 방귀 뀌기,
코 후비기, 코골면서 낮잠자기 등
아이들의 까르르~웃음을 만들어낼만한 문장이 참 재미있습니다.
'할 일없이 굴러다니는 팔다리좀 빌려줘요'
'내 팔다리도 노느라고 바쁘다'
'밥은 꿈속에서나 먹어요'
'똥구멍에서 불이 나다'
등의 문장에서도 아이와 그 속에 담긴 뜻을 헤아려보는 재미도 좋았구요.
게으름뱅이가 내 남편이라면...
상상만으로도 치가 떨릴 일입니다.^^
하지만 이 책 속에 나오는 게으름뱅이의 아내는
묵묵히 참고 기다리는 우리들의 옛어머니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남편이 나간 빈 집을 보고 놀라는 모습,
집에서 울고 있는 모습,
장에서 남편의 사진을 들고 다니며 찾는 모습,
체념하며 걷는 모습,
남편이 없어도 남편의 밥공기를 차려놓은 모습 등은
큰 지면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속에 담긴 깊은 마음을 읽어내기에 충분합니다.
그림구성에서 좀 아쉽게 느껴진 부분이 있다면
소가 된 게으름뱅이가 무를 먹는 장면이에요.
이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무척 중요한 장면인데
잠을 자고 있는 농부의 모습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비해
무를 먹는 소의 모습은 덜 부각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게으름뱅이가 울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그림에서는
콜라주기법으로 여러 곡식들을 담아놓은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제 게으름뱅이는 더 이상은 게으름뱅이가 아니라
그림 속 팥,보리, 수수 등을 심고 기르고 추수하는 성실한 농부로 살아가겠지요~
마지막 그림엔 눈물을 머금은 게으름뱅이와 해 그림만이 배경없이 그려져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매일 매일 뜨던 해였지만
이제는 게으름뱅이에게 새 다짐과 희망을 이야기할 것 같습니다.
달력이 담겨 있던 봉투로 소가면을 만들어 보았어요.
로울러로 색칠을 한다음, 마른 후에 그림을 그렸어요.
눈에 구멍을 내어 써 본 어진이,
소탈을 써서 소가 된 게으름뱅이처럼 어진이도 정말로 소가 된다면 어떨까 물으니 너무 무서울 것 같답니다.
그러면 어떤 동물탈을 쓰고 싶은지 물어보니
어진이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곰가면을 쓸거야.
곰은 소처럼 일도 안하고 맛있는 꿀을 많이 먹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겨울엔 겨울잠을 자니까 참 편할거야"
역시 아이다운 생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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